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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발 장군과 송용운 선생님
임진왜란 때 부산 첨사였던 정발(鄭撥) 장군은 왜군과 맞서 싸우다 전사했다.
당시 상황이 매우 급박하여 주위 사람들은 일단 퇴각할 것을 주장하였지만 장군은 성을 지킬 것을 명했다.
전투는 매우 처절하여 성에 있던 모든 사람이 죽었는데, 장군의 시신조차 찾을 수가 없게 되자, 처음에는 이를 두고 정발 장군이 일본에 항복하였다는 소문까지 나돌았고 한 순간에 역적의 집안으로 내몰렸으며 장군의 늙은 어머니는 한을 품은 채 죽었다.
남편이 절대 그럴 리 없다고 굳게 믿었던 아내에 의해 나중에는 진실이 밝혀지고 장군은 판서에 추증되었다.
이는 전란으로 인해 잃었던 사회적 정의를 되찾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장군의 묘소는 지금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백석리에 있는데 조선 시대 유명한 유학자인 우암 송시열 선생이 쓴 묘표(墓表)를 새긴 묘비가 있다.
그 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오호라, 공(公)이 명가(名家)의 자제로 글을 읽어 선비가 되려 하였으면서도 손오병법(孫吳兵法)을 함께 익힌 것은 본래 빨리 명성을 얻어서 어버이를 영화롭게 해 드리기 위함이었다.
그러다가 변방에서 횡사하여 어머니로 하여금 밤낮으로 통곡하다가 돌아가시게 하였으니 어떤 이는 말하기를 나라에 대한 충성은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효도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군자는 말한다. 그렇지 않다.
공(公)의 충성은 쉽게 알 수 있으나 그 효도는 알기 어렵다.
옛날에 성인(聖人)께서 다섯 가지 불효를 말씀하셨는데, 그 가운데 임전무용(臨戰無勇).
즉 전투에 임하여 용기가 없는 것이 그 중의 하나이다. 공(公)은 이것을 면하였으니 효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정발 장군이 갑작스럽고 승산이 없어 보이는 전투에 몸을 던져 적을 방어하다가 죽었고, 시신을 찾지 못하여 역적으로 몰리게 되고, 명예가 회복되기 전에 늙은 어머니가 한을 품은 채 세상을 떠나게 하였으니 불효라고 생각한 것은 세상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전쟁에 임하여 용감하게 싸웠고, 끝내 진실이 밝혀져 명예를 회복하고 어버이를 영광스럽게 하였으니 효를 다했다고 평가한 것은 우암 송시열 선생이었다.
얼마 전에 송용운 선생님의 부친 장례식에 다녀왔다.
송용운 선생님은 서울 선사초등학교에 재직하면서 지난 해 10월에 치른 일제고사에서 학생들의 선택권을 인정해 준 대가로 파면을 당하였다.
파면을 당하던 그 즈음에 아버님이 이미 병원에 입원해 계셨는데, 부당한 징계에 항의해서 선생님은 연일 교육청 앞 농성장을 지키시느라 변변히 아버님 수발도 들지 못하셨다.
그러다 선생님의 명예가 회복되기도 전에 아버님이 돌아가셨으니, 세상 사람들은 이를 두고 사회의 정의를 위해서는 애썼으나 효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더 심하게는 파면이라는 불명예를 당했으니 막심한 불효라고 힐난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지금 많은 전문가들이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제고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더 많은 경쟁을 통해 학력을 신장하게 해야 한다는 교육관에 따라 강행된 것이고 이는 미국의 제도를 모방한 것이지만, 미국의 오바마는 이미 일제고사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과도한 경쟁이 아동의 성장에 얼마나 해로운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미 과도한 경쟁의 상태에 있음과 동시에 사교육이 도를 넘어섰음은 주지(周知)의 사실이다.
일제고사는 사교육을 더 조장하여 결국은 서민들이 자녀 교육을 포기하는 상태까지 갈 수도 있다.
모든 시험에서 학생의 선택권은 인정해야 한다.
선택권을 인정해 준 교사를 징계한 것은 물론 그 징계가 파면이나 해임이라는 중징계임에 대해서는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
심지어 유인종 전서울시교육감마저도 우리 교육사에 없었던 전대미문의 권력 남용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제고사는 학생들을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겉으로는 학력 신장을 위한 길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초중등 학생의 학력은 이미 세계에서 극상위권이다.
일제고사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진짜 목표는 우리 사회의 상위 1 퍼센트의 학생들만을 위한 교육의 판을 짜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학생에 대한 사회적 폭력이며, 이 폭력에 맞서 가장 앞장서서 싸워야 할 사람은 교사들이다.
교사는 양심에 따라 학생을 지도하며, 언제나 학생의 편에 서서 학생들에게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이를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송용운 선생님은 교사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였을 뿐만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도 떳떳하다고 할 수 있겠다.
파면 해임이라는 교사로서의 사형 선고를 받은 선생님들은 지금 힘겹게 싸우고 있다.
나는 그 분들의 싸움이 결국은 승리할 것을 믿는다.
이는 잃었던 사회적 정의를 되찾는 것이다. 아울러 그 분들의 명예가 회복되어 사회적 책무를 다하였을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효도를 다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발 장군과 송용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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